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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공무원 취준생들에게 선배가 전하는 글

자유롭게

by 패더러팍 2023. 7. 2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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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연히 따지고 보자면 나는 공무원 생활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공무원을 준비하는 공시생들에게 공무원 경험을 알려줄 수는 없지만 인생선배로서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나는 26살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하여 2년 여간의 고시원 생활끝에 공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다.

나는 꿈도 희망도 없이 원서만 내면 합격하는 지방대에 재학중에 있었고 학교를 다니던 시절 군대를 재대하고 3학년까지 어떤 진로를 가야할지 전혀 고민을 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동아리 선배형이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에너지 공기업에 입사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그곳에 입사하기위해서는 800점대의 토익점수가 필요했고, 전공관련 기사자격증이 필요했다.

대학교 3학년때 인생 첫 토익을 봤던 것 같다.

흔히 말하는 대한민군 평균 신발사이즈,,

그게 내 첫 토익점수였다.

그런데 담당교수님은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으셨고, 토익 500점만 넘기면 고기를 사주겠다고 약속을 하셨고, 와인숙성삼겹살을 얻어먹겠다는 일념으로 나름 열심히 공부했더니 학교 모의토익시험에서 500점이 겨우 넘는 점수를 받게 되었고, 그덕에 교수님께 맛있는 고기를 얻어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기사자격증을 준비하고 토익점수를 한단계, 한단계 만들어 나가면서 나의 테크트리는 완성되어갔다.

공기업 입사를 목표로 서울 영등포에 고시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당시 내가 살았던 고시원과 비슷한 사진을 가져와봤다.

방에 창문은 없고, 침대에 누워서 팔을 뻗으면 반대쪽 벽이 다일듯 말듯한 공간에서 생활을 했다.

당시 고시원에서 같이 공부했던 형들은 무더운 여름날 고시원 원장님이 에어컨을 틀어주지않은 것에 불만을 품고 개인독서실을 따로 끊어서 공부를 하였다.

O2가 빵빵하게 나와서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산소방 등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던 형들과 달리 나는 금전적 여유가 없어서 무더운 여름날에도 선풍기를 문 바깥쪽 방향으로 해놓은 채 고시원방에서 공채시험준비를 했었다. 선풍기 바람을 직접 쐐는 것보다 방향을 반대방향으로해서 방의 열기를 밖으로 배기시키는 것이 더 시원한 느낌을 만들어주었다!

이런 환경에서 1년정도 생활을 하다가 우연히 형들과 서울대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밥도 맛있고 서울대생들의 면학분위기(?)도 좋았기에 자주 가서 공부를 하다보니 결국 고시원을 신림동으로 옮기게 되었다. 10년도 훨씬 넘은 일이기때문에 요즘 신림동 고시원과는 환경이 다를런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신림동 고시촌은 언덕을 올라갈 수록 가격은 저렴했고, 무엇보다 방에 개인 에어컨이 있어서 무척 행복했었다.

당시 내가 경험했던 신림동 고시촌은 PC방에 가면 온갖 드리마와 영화가 다운로드되어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PC방에서 폐인생활하기 딱 좋은 구조였다. 고시촌 부페식당에 자주 가곤했었는데 식권을 대량으로 구매를 하면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하였고 당시 기억으로는 식권이 2000원이라면 1800원으로 할인된 가격에 구매하곤 했었던 것 같다.

2000원 가격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되는 것이 초밥도 종류별로 나오고, 족발 같은 특식도 나와서 퀄리티가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최근 신림동 고시촌 식당운영

최근 자료를 찾아보니 가격은 꽤 올랐지만 여전히 비슷한 형태로 운영이 되는 듯 하다,,ㅎㅎ

당시 생각나는 라면집이 있어서 검색을 해보았는데 아직도 운영이 되고 있는듯해서 반가와서 가져와봤다^^

요즘에는 흔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 나에게는 신라면, 너구리, 오짬(오징어짬뽕) 등의 라면을 골라서 먹을 수 있다는게 신박했던 것 같다^^

그렇게 졸업 후 2년 여간의 준비와 고생 끝에 공기업에 합격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나는 당시 공채시험을 볼때마다 입사서류를 모아놓았는데 대략 50장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걸 보시고 어머니가 나중에 고생했다며 눈물을 흘리시던 기억도 어렴풋이 난다.

공기업 입사 후 입사식날 애국가가 울려퍼지는데 내가 국가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된것 마냥 감동을 받아 울컥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의 회사생활은 흘러흘러 10여년이 지나갔고, 간부시험을 준비하게 되었다.

간부시험은 필기시험과 논술시험이 주어졌었는데 당시 나는 논술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신문과 100분 토론 등의 시사프로그램을 주로 봤다. 그러던 중 '명견만리'를 보게 되었는데 주제가 흥미롭고 다양한 이슈를 다루고 있어서 자주보게 되었다.

명견만리에서 공무원 열풍에 대해 다루는 것을 보았는데 가히 충격적이였다.

당시 공무원을 준비하는 공시생은 노량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노량진이 공무원 합격의 메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충격적인 상황은 학원수업에서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새벽 4시부터 나와 학원앞에 줄을 선다는 것이다. 대단한 열정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뒤에서 수업을 들으면 다른사람들보다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지않기 위해 그런 문화가 만들어진 느낌이였다.

마치 요즘 유행하는 위스키 오픈런 행사에서 고가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희소성의 마케팅으로 사람들이 줄을 서는것 처럼 말이다.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한정된다는 것이 수요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정도 열정으로 준비하면 뭔들 못해낼까 싶다.

나는 공기업과 공무원의 역할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공무원은 국민들의 삶과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존재하고, 공기업의 국민들에게 기간산업의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의무가 있다.

공기업과 공무원의 업무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창의적인 업무보다는 루틴적인 업무가 대부분이다. 부서에 따라서는 창조적인 역량이 필수인 분야도 있겠지만 내가 경험한 공기업의 업무는 대부분 루틴적으로 흘러갔다.

명견만리에서 짐로저스가 등장하며 젊은이들이 공무원 준비에 열의를 다하는 모습을 보고 한국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언급했었는데 나는 나이가 한참 들고서야 그런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공기업을 준비할 당시 대기업에 입사할 실력은 당연히 안되었지만 안정적이면서도 월급수준은 높은 공기업에 입사를 꿈꿔왔다.

현재 공기업 직장생활도 17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요즘 입사하는 신입사원들을 보면 너나할 것없이 자기삶을 중요시 한다. 회식은 최소화로 짧게 끝내고 일과 후 본인이 하고 싶은 삶을 사는 것이다.

넷플릭스에 열중하는 사람도 있고, 요즘 유행한다는 디즈니플러스의 카지노를 재밌게 보고 있다고 얘기도 들었다.

월급을 모아서는 집을 살 수없을 정도로 부동산 가격은 거품이 끼었고, 인플레이션 등으로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다보니 모두가 힘들어지는 상황이 왔다.

사회가 불안정하다보니 직업만큼은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챗GPT가 등장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날도 머지않았다.

나는 학원 앞자리를 맡기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날 정도의 열정이라면 뭐든지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서 공무원과 공기업에 입사하게 되면 합격의 기쁨은 잠시뿐 회의감을 느끼며 퇴사하는 직원들도 꽤 많이 봐왔다. 나도 직장에서 최대한 즐거움을 찾아보려고 하지만 쉽지않고 언제일지 모를 순간에 대비하여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인생을 살아가다보니 편하게 사는 것이 편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라고 하였다. 수능이 끝나면 인생의 고난은 끝날 것만 같았는데 취업을 하게되면서 고난은 다시 시작이다. 누구나 안정된 삶을 원하지만 막상 살아보면 이것만큼 불안한 삶도 없다.

처음에는 만족스럽지만 점차 변화없는 일상에 불만을 느끼게 된다. 매번 반복되는 일상에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의문을 품게되고 급기야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될까?'라며 안정된 삶이 불편해진다.

또한 안정을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것으로 생각하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조금씩 그러나 확실히 뒤처진다. 결국 안심하며 살수 있다고 생각했던 안정된 일상을 빼앗길 수 있다.

쉽지않은 결정이겠지만 안정된 삶을 위해 막연히 공무원과 공기업을 준비하는 것보다는 오랜기간동안 합격을 위해 쏟아붇는 열정으로 좀 더 도전적인 일을 목표로 인생을 살아가길 바란다.

공무원 평균 합격기간이 2년이라고 하는데 2년 동안 쏟아부을 열정이라면 더 멋진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심리코칭 전문가 박세니님이 언급했던 인생에 대한 의미로 너희들의 삶을 응원해주고 싶다!

인생이란 고도의 집중과 몰입상태로

내 분야에서 더 멋있게 잘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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